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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에서 비롯된 동네 이름들, 알고 보니 더 재밌다

by timing3227 2025. 9. 9.

우리가 매일 부르는 동네 이름 중에는 사실 지역 사투리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습니다. 발음의 변형, 방언의 뉘앙스, 생활 속 표현이 자연스럽게 굳어져 마을 이름이 된 것이죠. 사투리의 매력이 묻어나는 독특한 지명들을 통해 우리말의 재미와 땅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보세요.

 

사투리에서 비롯된 동네 이름들, 알고 보니 더 재밌다

 

1. 사투리가 지명을 만든다?

지명은 단순히 행정 구역을 구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그 땅에 살던 사람들의 언어, 생활, 습관이 고스란히 스며든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지역 사투리는 지명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예를 들어, 경상도 사투리에서 ‘마’는 말을 줄인 표현으로, 흔히 문장 끝에 붙여 쓰인다. 그런데 이 마가 단순한 구어체를 넘어서 지명 속에도 등장한 사례가 있다. 경남 합천에는 마리면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는 말이 많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옛날 말을 기르던 마을을 마리라 불렀던 방언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또 강원도에서는 골짜기를 뜻하는 사투리 골이 마을 이름에 자주 쓰였다. 청평골, 개나리골처럼 뒤에 붙은 골은 단순한 지형을 넘어, 방언이 지명을 형성하는 주요 단서였음을 보여준다.

즉, 지명은 사투리의 박물관과도 같다. 한 지역의 언어 습관이 굳어져 수백 년 동안 이름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2. 발음의 차이가 만든 유쾌한 이름들

많은 동네 이름은 사실 표준어와 발음이 조금 달라진 데서 비롯되었다. 사투리 특유의 억양과 소리가 지명 속에 그대로 새겨진 것이다.대표적인 예가 전라도 지역의 곰실이다. 이는 본래 곰실이라는 지형적 표현에서 나온 말로, 곰이 자주 나타나는 숲속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다. 하지만 전라도 사투리의 발음 때문에 곰시리가 줄어 곰실로 굳어졌다. 지금도 전라남도 곳곳에는 곰실마을이라는 이름이 남아 있다.또 충청도에서는 우물을 뜻하는 사투리 정이 지명에 많이 쓰였다. 큰정리, 아랫정 같은 이름이 그 예인데, 이는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했지만 외지인에게는 독특하게 들리는 명칭이다.경상도에는 막터라는 지명이 있는데, 이는 ‘마구 터져 있는 넓은 땅을 의미하는 방언에서 유래했다. 표준어로 바꾸면 다소 투박한 표현이지만, 실제로는 주민들의 생활 감각이 그대로 녹아 있는 이름이다. 이처럼 발음과 표현의 차이가 지명을 만들어낸 덕분에, 우리는 오늘날에도 사투리의 흔적을 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3. 생활 속 언어가 마을 이름이 되다

사투리 지명은 단순히 발음의 변화에서 끝나지 않는다. 주민들의 생활 문화가 반영된 언어가 그대로 마을 이름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전라북도에는 바우라는 지명이 여러 곳에 남아 있는데, 이는 전라도 사투리로 바위를 뜻한다. 큰 바위가 있던 곳을 주민들이 바우골이라 불렀고, 결국 행정 지명으로까지 굳어진 것이다.

또 강원도에서는 애기라는 말이 작은이라는 의미로 쓰이곤 한다. 그래서 애기봉, 애기울 같은 지명은 실제로는 작은 봉우리, 작은 울타리 마을을 뜻한다. 사투리가 가진 뉘앙스가 지명 속에 그대로 남은 사례다.

경북 지역에는 달구벌이라는 옛 지명이 있는데, 이는 달(불)과 구벌(들판)을 합친 말로, 불의 신을 모셨던 들판을 뜻한다. 지금의 대구라는 이름은 여기서 비롯되었다. 결국 대구라는 대도시의 이름조차도 사투리와 옛말에서 기원한 셈이다.

이렇듯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쓰던 말이 마을 이름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지명이 단순한 행정 용어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

 

4. 사투리 지명이 주는 재미와 가치

사투리에서 비롯된 지명은 단순히 재미있는 언어 현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언어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크다.

지명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방언을 복원할 수 있다. 이미 사라진 사투리 단어라도 지명 속에서는 여전히 살아 숨 쉰다. 예를 들어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바우, 골, 정 같은 말은 지명을 통해 후대에 전해진다.

지명은 그 지역 사람들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언어가 마을 이름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이는 곧 공동체의 역사와 연결된다.

사투리 지명은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된다. 곰실마을 축제나 바우마을 이야기길처럼 지명 자체가 독특한 매력을 주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투리 지명은 우리말의 다양성과 풍성함을 잘 보여준다. 표준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뉘앙스와 정서가 이름 하나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심코 부르는 동네 이름 속에는 사실 수백 년 전 사람들의 말소리와 삶의 흔적이 담겨 있다. 사투리에서 비롯된 지명은 단순히 특이한 이름이 아니라, 우리말의 역사와 문화를 증언하는 산 증거다.

다음에 여행을 하며 곰실, 바우, 정 같은 마을 이름을 만나게 된다면, 그 속에 담긴 사투리의 재미를 떠올려 보자. 그러면 지도 위의 낯선 글자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야기와 유산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