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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바뀐 지명, 다시 돌아온 우리 이름

by timing3227 2025. 9. 19.

일제강점기에는 우리 땅의 수많은 지명이 왜곡되고 변형되었습니다. 일본인들이 발음하기 쉽도록, 행정 통제를 용이하게 하도록 바꾼 이름은 우리의 언어와 정체성을 훼손한 흔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해방 이후 우리는 지명을 복원하며 잃어버린 이름을 되찾아왔습니다. 지명 속에는 단순한 명칭을 넘어 민족의 자존심과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바뀐 지명, 다시 돌아온 우리 이름
일제강점기에 바뀐 지명, 다시 돌아온 우리 이름

 

1. 일제강점기, 지명이 바뀐 이유

일제강점기(1910~1945)는 단순히 국권이 빼앗긴 시기가 아니라, 우리의 언어와 문화까지 체계적으로 억압받던 시기였다. 지명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일본은 식민 통치를 강화하기 위해 전국의 지명을 조사하고,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이나 일본식 행정 체계에 맞지 않는 지명을 대거 변경했다.

예를 들어, 일본 관리들은 한글 표기나 토박이말 지명을 낯설게 여겼다. 그래서 일본식 발음으로 바꾸거나, 한자로 새롭게 풀이해 억지로 이름을 붙였다. 또한 통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비슷한 이름을 단순화하거나, 여러 마을을 합치면서 새로운 지명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오랜 세월 주민들의 삶과 희망이 담겨 있던 이름은 사라지고, 낯선 일본식 이름이 지도에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한 행정 편의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약화시키려는 의도적 행위였다.

 

2.일본식으로 변형된 지명의 사례

대표적인 예는 부산이다. 본래 부산포라 불리던 항구 도시의 이름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식으로 후산이라고 불렸다. 일본인들에게는부의 발음이 낯설었기 때문에 후로 바꿔 읽은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청주·전주·공주 같은 고을 이름이 있다. 본래 우리 발음으로 읽으면 주인데, 일본식 발음은 슈였다. 그래서 일제는 공식 문서에서 세이슈, 젠슈, 코슈로 표기했다. 이는 단순히 표기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고유 발음을 왜곡한 것이다.

더 극단적인 경우는 지명 자체를 바꿔버린 사례다. 경성부라는 이름은 본래 한양·서울로 불리던 수도의 정체성을 지우고 일본식 행정 명칭을 강요한 것이다. 또한 작은 마을 이름 중에서도 ‘고개마을’, ‘솔골’처럼 토박이말로 불리던 이름은 지도에서 사라지고, 일본식 한자 명칭으로 대체되었다.

 

3. 해방 이후 되찾은 이름들

1945년 해방과 함께 우리는 빼앗겼던 지명을 하나둘 되찾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히 행정 명칭을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민족 정체성을 복원하는 과정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수도의 이름이다. 일제가 경성부라 부르던 도시는 해방과 동시에 본래의 이름인 서울을 되찾았다. 흥미로운 점은 서울이 순우리말이라는 점이다. 한자 표기가 따로 없는 이름을 수도 명칭으로 삼았다는 것은, 식민지 억압에서 벗어나 우리 고유 언어를 되찾으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밖에도 전국 각지에서 일본식으로 변형되었던 발음이 본래대로 복원되었다. 후산은 다시 부산이 되었고, 젠슈는 전주, 코슈는 공주로 돌아왔다. 또한 많은 지역에서 토박이말 지명을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골’, ‘○○마을’ 같은 이름이 주민들의 입을 통해 살아났다.ㅠ물론 모든 지명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 일부는 이미 주민들이 새로운 이름에 익숙해져 그대로 남기도 했다. 그러나 큰 줄기에서 보면, 해방 이후 지명 복원은 민족적 자존심을 되찾는 상징적인 과정이었다.

 

4. 지명을 되찾는 일의 오늘날 의미

오늘날 지명을 되찾는 일은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곧 역사와 정체성을 지키는 행위이자, 후손에게 올바른 기억을 전하는 작업이다. 지명은 단순한 주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서울’이라는 이름에는 우리의 언어와 문화가 담겨 있고,

부산이라는 이름에는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일제가 이를 왜곡하려 했던 것은 곧 민족의 뿌리를 흔드는 행위였다. 따라서 해방 이후 우리가 지명을 복원한 일은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존엄을 회복한 사건이었다. 나아가 지금도 지역 곳곳에서 사라져가는 토박이말 지명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옛 이름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우리 언어와 문화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 바뀌었던 지명은 단순한 단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민족의 정체성을 지우고, 통치의 도구로 삼으려 했던 아픈 흔적이다. 그러나 해방 이후 우리는 그 이름을 되찾았고, 다시 우리의 언어와 역사를 회복할 수 있었다.

오늘 우리가 서울, 부산, 전주라는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부르는 것은, 사실 수많은 사람들의 투쟁과 복원 노력 덕분이다. 지명은 단순히 땅의 이름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지키는 소중한 유산임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