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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어도 옛날이 떠오르는 토박이 지명들

by timing3227 2025. 9. 17.

토박이 지명은 세련된 새 이름보다 정겹고 따뜻한 울림을 줍니다. 마을 어귀의 샘, 큰 나무, 들판이나 냇물에서 비롯된 이름은 그 자체로 옛사람들의 삶을 보여줍니다. 빠르게 사라지는 토박이 지명의 의미와 매력을 되짚어 보며,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풍경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이름만 들어도 옛날이 떠오르는 토박이 지명들
이름만 들어도 옛날이 떠오르는 토박이 지명들

1. 토박이 지명이란 무엇인가 – 순우리말 이름의 힘

지명은 크게 한자로 표기된 행정적 이름과,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불러온 토박이 지명으로 나뉜다. 토박이 지명은 공식 문서에 잘 남아 있지 않지만, 구전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예를 들어 솔밭골, 새터, 말죽거리, 장터막 같은 이름은 행정 지명과 별개로 주민들이 붙여 사용한 토박이 지명이다. 이런 이름은 대부분 자연 지형이나 생활 공간을 직접적으로 묘사한다.

솔밭골은 소나무 숲이 있는 골짜기를 뜻하고, 새터는 새롭게 이주해 마을을 일군 자리를 가리킨다. 이렇게 이름만 들어도 어떤 장소였는지, 어떤 풍경이 펼쳐졌는지 알 수 있는 것이 토박이 지명의 가장 큰 매력이다.

 

2.생활에서 비롯된 토박이 지명 먹고사는 일과 공간의 기억

토박이 지명은 주민들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생업, 음식, 시장과 관련된 이름들이 대표적이다.

서울 강남의 말죽거리는 조선시대에 과천으로 가는 길목에 있던 주막에서 유래한다. 먼 길 떠나는 나그네들이 말을 먹이고 죽을 사 먹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오늘날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되면서 옛 정취를 간직한 이름으로 남아 있다.

또한 장터막, 쌀거리, 염전골 같은 이름은 경제 활동을 직접 드러낸다. 시장이 열리던 자리, 곡식이 모이던 곳, 소금을 만들던 곳이 그대로 이름에 새겨졌다. 주민들에게는 그곳이 곧 삶의 터전이자 공동체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단순히 공간이 아니라 추억과 애환이 담긴 장소였다. 이렇듯 생활 기반에서 비롯된 토박이 지명은 곧 옛사람들의 경제와 문화의 발자취라 할 수 있다.

 

3.자연에서 태어난 토박이 지명 산, 물, 나무가 불러준 이름

토박이 지명은 자연환경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다. 개울가, 돌머리, 버드나무골, 큰산마루 같은 이름은 그 지역의 지형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전남 지역의 솔개미마을은 소나무가 많은 고개에서 비롯되었고, 강원도의 개울막골은 작은 개울이 막히듯 흐르는 지형에서 유래했다. 또한 버드내라는 지명은 버드나무가 많은 시냇가를 의미하는데, 전국적으로 흔히 쓰였다. 실제로 버드나무는 농경지와 마을을 보호하는 나무로 여겨졌기에, 주민들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았다.

이처럼 자연에서 비롯된 지명은 환경에 대한 주민들의 직관적 인식이자, 그 지역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기록이다.

 

4. 사라져가는 토박이 지명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

안타깝게도 토박이 지명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도시 개발과 아파트 단지 조성, 새 도로 건설로 인해 ‘○○타운’, ‘○○시티’ 같은 인위적 이름이 늘어나면서, 오래된 토박이 이름은 점점 잊히고 있다.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저기 솔밭골로 가자, 버드내에서 만나자라며 일상적으로 불렀던 이름들이 이제는 지도에도, 표지판에도 남아 있지 않다. 대신 비슷비슷한 아파트 이름과 브랜드식 지명이 지역 정체성을 덮어버리고 있다.

하지만 토박이 지명은 단순한 낡은 흔적이 아니라, 지역의 기억과 문화적 자산이다. 주민들의 삶과 자연환경, 전통적 세계관이 압축된 말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옛 지명 찾기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가 토박이 지명을 기억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은, 단순히 옛 이름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흔적과 지역 정체성을 이어가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토박이 지명은 그 자체로 옛사람들의 생활사와 감수성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다. 자연과 생활에서 비롯된 순우리말 이름들은 듣는 순간 그 풍경과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든다.오늘날 잊히고 있는 토박이 지명을 다시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은, 우리가 어떤 땅에서 살고 있는지, 어떤 역사를 이어받았는지 깨닫게 해준다. 이름만 들어도 옛날이 떠오르는 토박이 지명은, 그래서 더없이 소중한 우리의 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