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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이름의 변천사 – 옛 지도 속 마을 이름 찾아보기

by timing3227 2025. 9. 12.

동네 이름은 단순한 지리적 표식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 역사 그 자체입니다. 옛 지도 속 마을 이름을 들여다보면 사라진 풍경, 변한 생활, 그리고 역사적 사건이 고스란히 담겨 있지요. 오늘날의 지명이 어떤 과정을 거쳐 변해왔는지, 옛 지도 속 흔적을 따라가며 살펴봅니다.

 

동네 이름의 변천사 – 옛 지도 속 마을 이름 찾아보기
동네 이름의 변천사 – 옛 지도 속 마을 이름 찾아보기

 

1. 옛 지도 속에 기록된 지명들

옛 지도는 단순히 길과 산, 강만을 표시한 것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불렀던 지명까지 담고 있어 귀중한 자료가 된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에 제작된 대동여지도는 전국의 산줄기와 하천, 고을 이름을 꼼꼼히 기록했는데,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옛 마을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서울만 하더라도 오늘날 강남구, 송파구 같은 행정 명칭 대신 압구정, 석촌 같은 자연지명과 마을 이름이 표기되어 있었다. 이런 이름들은 당시 사람들이 어떤 풍경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보여준다.

또한 지방의 경우 오늘날은 합쳐지거나 사라진 마을들이 지도에 그대로 남아 있다. 예컨대 전라도의 무장현은 지금의 고창군 일부로 통합되었지만, 옛 지도에서는 하나의 고을로 표기되어 있다. 이처럼 옛 지도는 단순한 길 안내서가 아니라 동네 이름의 살아 있는 역사책이라고 할 수 있다.

2. 지명 변천의 원인: 정치와 행정의 변화

동네 이름이 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행정적 변화다. 왕조 교체나 제도 개혁이 있을 때, 기존의 지명을 새롭게 고치는 일이 잦았다. 예를 들어 고려 시대의 개경은 조선이 건국되면서 한양으로 바뀌었고, 이후 근대에 들어서는 경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오늘날의 서울이 되었다. 한 도시가 여러 차례 다른 이름으로 불린 대표적인 사례다.

일제강점기에도 많은 지명이 바뀌었다. 일본은 발음하기 어렵거나 일본식 행정체계에 맞지 않는 지명을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순우리말 마을 이름이 사라지거나 한자로 변환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개똥골 같은 토박이 이름은 행정적으로는 기록되지 않고, 대신 음차나 새로운 한자식 이름이 붙여졌다.

광복 이후에는 이러한 일본식 지명을 다시 고치거나, 현대적 의미에 맞게 정비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처럼 동네 이름은 단순히 땅의 이름이 아니라 정치적 권력과 행정 체계의 흔적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3. 생활과 문화가 만든 지명의 변화

지명 변천은 정치적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름이 바뀌는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어 서울의 노량진은 원래 왜가리가 많은 나루라는 뜻이었는데, 조선 후기부터 시험장과 시장이 들어서며 시험장 노량진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는 고시촌 노량진으로 더 친숙하다. 지명은 그대로지만, 의미와 연상 작용은 크게 달라진 것이다. 또한 농업 방식의 변화, 산업화에 따른 도시 개발 등도 지명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논과 밭이 많아 논골, 밭골로 불리던 동네가 도시화되면서 아파트 단지 이름으로 대체되고, 원래의 지명은 점점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진다.

심지어 발음하기 어렵거나 불편한 지명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간소화되기도 한다. 송현리가 송리, 용두골이 용골로 줄어드는 식이다. 이처럼 지명의 변화는 생활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4. 사라진 이름과 남겨진 흔적들

동네 이름이 바뀌더라도, 흔적은 다양한 방식으로 남아 있다. 옛 지도 속 이름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입말이나 도로명, 건물 이름 등에 그 자취가 스며 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 일대는 원래 달터라는 순우리말 지명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치동이라는 행정명으로 불린다. 하지만 여전히 달터마을이라는 작은 표식이나 구전 속에서 옛 이름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사라진 마을 이름은 종종 학교나 교회, 버스 정류장 이름으로 남아 있다. 경북의 병산은 본래 마을 이름이었는데, 지금은 병산서원으로 더 유명하다. 지명은 바뀌었지만, 문화재와 공간 속에 여전히 그 흔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지명의 변천사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땅의 이름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 역사의 흐름이 보인다. 지도 속 작은 글씨 하나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가 되어 준다.

 

동네 이름의 변천사는 곧 사람들의 삶의 변천사다. 정치적 변화, 생활의 변화, 문화적 흔적이 모두 지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옛 지도 속 마을 이름을 찾아보면, 지금은 사라진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편리한 행정 지명에 익숙해 있지만, 그 이름 속에 담긴 역사를 알고 나면 평범한 동네 이름도 새롭게 보인다. 지도의 작은 글자 속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을 떠나는 것, 그것이 바로 지명 탐구의 매력일 것이다.